가깝지만 먼 '의료 메타버스'…임상 현장에 제대로 구현되려면?

  • 작성일자

    2022-08-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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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향' 넘어 '소통'돼야…현실과 상호작용 가능한 기술 발전
'안내' 넘어 '헬스케어' 서비스 되려면 수가 등 제도적 뒷받침 필요

 

<'의료메타버스연구회' 회장인 서울대병원 박철기 교수는 지난 6일 열린 '헬스온' 컨퍼런스에서 

 

현실과 가상이 상호작용하는 '진정한 의료 메타버스'가 구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메타버스(metaverse)'가 미래 핵심 콘텐츠로 떠오르면서 의료계도 '메타버스 시대'를 맞았다. 의대생들은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기술이 적용된 프로그램으로 교육받고 온라인 플랫폼으로 '접속'하는 '메타버스 병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머리에 착용하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와 모니터 안에서 움직이는 '아바타'만 보고 '진정한' 메타버스의 시대라 부를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실질적인 진료 차원에 이르려면 기술과 제도적 발전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헬스온' 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의료 메타버스'의 현주소를 짚고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박철기 교수는 '소통'을 전제로 한 메타버스가 의료 현장에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현실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연구진이 주축인 '의료메타버스연구회'를 이끌고 있다.

박 교수는 '의료 메타버스'를 VR·AR·인공지능(AI)·원격진료·클라우드 등 기술이 융합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공간적·시간적 레이어 안에서 구성원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구현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렇게 소통이 이뤄지는 가상의 레이어가 현실과 동기화돼 두 개 층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때 진정한 의미에서 의료 메타버스가 완성된다고 봤다. 


 

따라서 이런 '소통'과 '상호작용'을 위해 기존의 '일방향'적 기술 수준을 탈피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가 미리 만들어둔 시나리오대로 환자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환자마다 특이적인 환자 맞춤형 시나리오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실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로 동영상을 감상하거나 기초적인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메디컬 체어'나 '메디컬 박스' 등 디바이스 발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이병철 교수는 병원이 제공하는 메타버스가 '안내 서비스' 차원을 넘어 의료적 차원으로 가려면 수가를 비롯한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메타버스가 원격진료나 실제 헬스케어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수가가 필수적이지만 제도적 한계가 많다"면서 "수가를 받으려면 우선 의료적 퀄리티가 담보돼야 하는데 메타버스는 환자의 행동 변화를 비롯해 예방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수가를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가 고민이 크다. 정부가 좀 더 전향적으로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최근 한림대성심병원이 '개원'한 '메타버스 어린이화상병원'도 화상 예방교육이나 치료 사전 교육 등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진료 기능까지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병원이 메타버스를 이용해 구현하고 구현하고자 하는 기능 대부분 '서비스'이기 때문에 더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의료서비스의 퀄리티 차이를 제도 내에서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